대구 미술관 전시 관람 후기
대구포럼Ⅰ《시를 위한 놀이터》 ・ 다티스트 차계남 전
대구 수성구 미술관로 40
매일 10:00 - 18:00 월요일 휴무
대구에는 전시문화공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서울이 놀거리, 볼거리가 많은 건 당연하지만요. 그래도 대구 미술관 전시는 항상 갔다 오면 늘 만족스러운 편이에요. 큐레이팅이 항상 고급지다고 할까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작품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의 미가 느껴지곤 해요.
요즘 이건희 소장용 미술품들이 전국 곳곳에 전시되고 있는 데 대구미술관도 8월 말까지 진행했더라고요. 예매가 거의 콘서트 급 수준이어서 표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사실 저는 다티스트 전을 더 보고 싶어서 9월을 기다렸다가 바로 예매 성공했습니다! 확실히 이건희 소장미술품 전시가 끝나니 예매가 쉽더라고요ㅎㅎ (사전예약 필수입니다.)
🔻대구 미술관 입장권 예매 링크
대구포럼Ⅰ《시를 위한 놀이터》
전시기간 : 2021. 6 15.(화) - 9. 26.(일), 개관 91일
참여작가 : 박현기, 백남준, 이강소, 이 정, 비아 레반도프스키(독일),
오쿠보 에이지(일본), 크베이 삼낭(캄보디아), 히와 케이(이라크 쿠르드) 총 8명
전시소개 : 예술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데서 기획이 시작된 이 전시는 ‘시’라는 공통분모에서 절제된, 그러나 함축적인 조형 언어로 말을 거는 여덟 작가들을 시인에 비견하고자 합니다.
《시를 위한 놀이터》는 한 편의 ‘시(예술)’를 위해 시상을 찾는 예술가의 정신적 창작 행위, 그리고 그것이 시도되고 발현되는 장소로서 미술관의 가능성에 착안한 제목입니다.
‘시’와 ‘놀이터’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작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놀이터는 시(예술)가 탄생하기까지 무수한 사색과 상상, 치열한 도전과 실패, 때로는 뚜렷하지 않은 목적의 무용(無用)·무위(無爲)로 채워져 흔적이 남거나 흔적이 지워진 장소이며, 더 나아가 창작이 이뤄지는 영감의 장입니다. 그리고 놀이는 예술가에게 있어 창조와 파괴, 재창조로 이어지는 창작의 바로 옆모습입니다. [출처] 대구미술관
대구 포럼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압도적인 스크린의 영상이 이 전시의 시작을 알립니다. 크베이 삼낭의 영혼의 길이라는 영상인데요. 사진, 비디오, 설치, 퍼포먼스 등으로 캄보디아의 현실과 관련된 주제는 물론 역사, 문화, 시사적인 문제를 새로운 시각과 해석을 제시하는 가장 눈여겨볼 동시대 캄보디아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총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박현기 작가 작품들입니다. 비디오를 예술적 소재로 삼아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는데요. 특히 90년도 작품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현시대에 제작한 작품이라고 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한시대 앞서 나간 것 같은 작가님이시네요.
오쿠보 에이지 작가는 박현기 작가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대지 미술가입니다. 설치 작품 대부분은 자연에서 얻은 것을 이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하네요. 그래서 사진이나 기록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1층 창가가 보이는 어미홀 공간에는 <걷는 남자의 발>이라는 설치작품도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정신을 대표하는 작가 이강소 작가는 이번 대구 미술관에서 세라믹조각 12점과 대형 브로즈설치, 회화 두 점을 보실 수 있습니다. 대구 미술관 작가 설명 중 이강소의 캔버스는 자유로움과 순수함이 남은 회화적 아포리즘(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이라고 표현되었는데요. 율동적인 리듬감이 돋보이는 회화작품만 봐도 단번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이정 작가의 작품
이미지와 텍스트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정 작가는 자연풍경에 인공불빛의 대립적인 구도를 통해 사진을 보다 회화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성적인 텍스트와 멋진 자연풍경이 어우러져서 그럴까요. 많은 이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작품일 될 것 같네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정말 유명하신 분이죠. 백남준 작가의 작품도 대구 포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보름달이 떠있는 TV를 바라보는 토끼 <달에 사는 토끼>, 그리고 동판화 6점과 말년 드로잉 10점도 볼 수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그리고 그때 찍은 사진을 위주로만 포스팅에 적어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비아 레반도프스키의 네온 설치 로고, 히와 케이의 영상 등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단순 회화작품이 아닌 예술가들의 행위 자체에 의의를 둬서 그런지 표현하는 방식들이 다양 각색입니다. 비디오, 영상은 물론 세라믹 작품 등... 예술가들에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도 느낄 수 있고요. 설명 없이는 간단하게 이해하기엔 조금 무리가 없지 않아 있어요. 꼭 설명과 함께 관람하세요. 그러면 작품들이 주는 의미를 더욱 와닿을 것 같네요.
2021 다티스트 차계남
전시기간 : 2021. 6. 8(화) ~ 9. 26(일)
참여작가 : 차계남(Cha Kea Nam)
전시설명 : 다티스트는 대구 및 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중견작가 및 원로작가를 각각 선정하여 개인전, 학술행사 및 아카이브 구축을 추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전시는 대구를 기반으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차계남 작가의 미발표 작품을 중심으로 색과 질료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조망합니다.
[출처] 대구미술관
압도적인 작품의 크기와 가까이 들어다 보면 그 정교한 텍스처에 더욱더 놀라울 광경입니다. 올해 봄에 열린 다티스트 작가님들 작품들도 정말 입이 떠억 벌어질 정도로 아름다웠거든요. 이번 차계남 전시도 정말... 👍 (필력이 없어 그때 느낀 감정을 제대로 못쓰는 게 아쉬울 정도)
앞으로 대구 미술관에서 하는 다티스트 전시는 무조건 다 보러갈 예정입니다. ☺️
특히 무채색 특히 검은색 작품을 많이 보실 수 있는 데요. 차계남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색들을 미학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은색을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다티스트 영상 공간에는 차계남 작가님의 작업 모습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영상을 틀어주는 데요. 짧은 다큐멘터리처럼 관람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작업 과정을 보는 것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한지에 붓글씨를 쓴 다음 그것을 실처럼 꼬아 만든 후 서로서로 엮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이 이 모든 작품들이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작품들이구나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술의 의의를 두고 부지런하게 그것을 행하는 사람, 진정한 예술가의 혼을 보여주던 작가님이셨습니다.
대구 미술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생각되는 곳입니다. 푸른 녹음이 창 가득히 채운 큰 창과 창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은 별다른 조명 없이도 작품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공간이에요. 거대한 작품의 크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깃들었을지 하고 곰곰이 생각이 드는 작품이더라고요. 채광을 통해 바라보는 작품의 모습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차계남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이렇게 멋지고 웅장한 작품 속에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또 부지런하게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 작업하시던 차계남 작가님의 모습이 훤하게 비춰지네요. 괜히 저도 부지런하게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전시였습니다...ㅎ
항상 좋은 전시로 많은 영감을 주는 대구미술관 다음에는 또 어떤 전시를 보여줄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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